나에게는 변함없는 소울푸드이자 완전식품이 있다. 햄버거. 누군가는 '어른 입맛이 덜 됐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게 햄버거는 언제나 옳았다. 그런데 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내 캐나다 생활, 아니 인생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너무 나간 걸까.

워홀 막바지, 한국 귀국을 앞두고 '친구라도 사귀고 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켰다. 큰 기대?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매칭이 되었고, 몇 마디 대화 끝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 날아왔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햄버거"

그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오, 어떤 브랜드 햄버거가 가장 좋아요?" 사실 그때 나는 어차피 곧 떠날 몸,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어쩌면 김빠지게 평범한 답을 했다. "맥도날드"

지금 생각하면 그리 인상적인 답변은 아니었을 텐데 그는 (놀랍게도) 달랐다.

내 솔직함 혹은 무심함이 통한 걸까. 그는 캐나다 로컬 브랜드인 A&W는 먹어봤냐고 물었고, 내가 "아니"라고 답하자마자,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가요!"라며 애프터를 신청했다.우리의 첫 만남은 그렇게, 맥도날드와 A&W 사이 어딘가에서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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