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남기로 한 뒤, 비자 문제로 한국에 다녀오기 전까지 약 두 달간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의 집에 머물렀다. 그의 든든함이 나를 이곳에 붙잡았지만, 함께 지내며 마주한 그의 삶은 '극강의 심플함'이었다. 특히 식생활이 그랬다. 그는 매 끼니, 정말 매 끼니를 '계란밥'으로 해결했다. 냉장고에는 계란과 밥뿐이었다.

맛의 고장 광주 출신인 내게 그 광경은 일종의 충격이자 고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계란밥만 먹다니. 조용히 '남자친구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을 보고, 한국 음식을 만들어 그의 식탁에 올렸다. 불고기, 김치찌개, 갈비탕…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물었다. "자기는 나 왜 사랑해?" 나는 문득 매일 계란밥만 먹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딘가 짠하고, 안쓰럽고,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 평소 잘 느끼지 못하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이걸 영어로 전하고 싶었다. 마침 얼마 전 배운 'Pity'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I feel pity… because you always have 계란밥."

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

Subscribe now and have access to all our stories, enjoy exclusive content and stay up to date with constant updates.

Subscribe now

Already a member? Sign in